5월 1일은 ‘메이데이’와 ‘어린이날’
‘메이데이’는 전세계의 무산자가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을 고창하는 국제적 시위운동일이요, ‘어린이날’은 사람을 농물시(弄物視)하는 조선 부형에게 ‘우리도 사람이니 사람의 대우를 해달라’는 어린이의 인적 해방을 호소하는 기념일이다.
‘메이데이’는 미국에서 발원하여 전세계를 포함하였고 ‘어린이날’은 조선에서 창도되어 아직 조선에 그쳤으니 일(一)은 세계적이요, 일은 조선적이라. 역사의 장단이 있고 범위의 광협은 차이가 있지마는 동일한 해방의 절규요 인격의 주장이니 정신적 공동성이 유(有)하다. 전 인류의 생활을 정시하고 그 비도무리(非道無理)한 생활환경을 타파하기에 축적된 울분을 불승(不勝)하노라.
‘메이데이’의 표어는 ‘금일부터 이후로는 한 사람이라도 8시 이상의 노동은 하지 마라. 8시간 노동, 8시간 휴식, 8시간 교육’이라. 1886년 5월 1일에 전 미국 노동자가 총동맹을 단행하고 고함대성으로 표어를 구가하며, 일대 시위운동을 행하였으니 이것이 ‘메이데이’의 기원이다. 그후 1889년에 파리에서 개최된 제2 국제사회당에서도 ‘메이데이’를 만국 노동자의 국제적 동포주의와 계급적 일치를 표시하기 위하여 총동원을 실행하는 축제일로 결정하였다. 그후로 자유와 평등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과 가능한 것을 표어나 선언으로 세상에 발표하고 시위운동을 그치지 아니하였으니 수삼년 이래로 일본에서도 ‘메이데이’의 시위운동이 거행되어 온다.
상필(想必) 금일에는 동경, 대판(大阪), 신호(神戶) 등 대도회에서 장렬하고 비분한 시위행렬이 있으리라. 본지에 이미 보도한 바와 같이 일본 노동자의 금년 표어는 ‘8시간 노동의 즉시 실시’, ‘실업방지의 철저’, ‘생산권의 획득’, ‘식민지의 해방’, ‘토지의 국유’, ‘노농(勞農) 노국의 승인’ 등이니 어느 것이 인도(人道)의 정궤(正軌)가 아니며 정의의 기치가 아닌가. 도탄에 신음하는 인류를 위하여 이 표어와 주장은 실로 장엄하도다.
5월 1일에 ‘메이데이’는 조선인의 감정에만 자극을 여(與)하며 흥분을 기(起)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식이 있는 전인류의 공정심에 침자(針刺)하는 열화의 전파다. 피압박자에게 계급의식을 최촉(催促)하고 압박자에게는 공포심을 포회(抱懷)케 하니 1년 1회의 ‘메이데이’가 인류의 양심을 자극하고 각성을 편달함에 중대한 의의가 있을 것이다. 불합리한 현대생활에서 탈출하여 인간 본위의 신천지로 천이(遷移)하려면 천연(天然)한 양심의 지상명령에 귀순하여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 즉 호상간에 인격을 시인하는 제도조직을 설(設)하며 습관도덕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 본위의 제도와 도덕을 요(要)하며 인생가치를 충실케 하는 조직과 습관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재래에 인(人)이 ‘메이데이’의 의의를 설파하고 시위를 단행할 제(際)에 하등의 음향을 듣지 못하였고 실제 운동이 없었다. 연이나 전연 부지(不知)요 전연 무의미하던 ‘메이데이’가 자금(自今) 이후의 조선인에게는 생활의식을 고취하며 생존권을 주장하는 정기 축제일이 될 것이다.
점차로 무산화(無産化)하는 조선인의 생활이 어찌 ‘메이데이’를 망각할 수 있으리요. 억압하여 금하지 못하고 자극(自克)하여 기(棄)하지 못할 열정의 표현으로! 의분(義憤)의 발로(發露)로! ‘메이데이’를 기념하게 될 것이다. 불합리한 정치조직 사회제도 하에서 양심이 마비되지 아니하는 이상에 어찌 침묵을 수(守)하며 평정을 기할 수 있으리요, 고함성도 있을 것이요, 시위행도 있을 것이다. 무산자도 유산자와 같이 경제조직의 요소이니 주종(主從)과 경중으로 경제상 분배의 부당한 후박(厚薄)이 없을 것이요 노동자도 자본가와 같이 사회조직의 당연한 일(一) 인격자인 이상에는 귀천이 없고 상하가 없을 것이다.
공동생활의 편리를 이해하며 사회생활의 은택을 각득(覺得)하는 자이면 현대생활의 결함을 관찰하여 ‘메이데이’의 기념운동에 대한 몰지각한 태도는 취하지 못할 줄 믿는다. 현대 위정자의 요결(要訣)은 법률을 위정자가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에게서 발생하는 법률을 정리하여 조직화함에 있을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오인은 이 점에서 조선 당국자가 ‘메이데이’에 거행하고자 하는 경성노동자에게 불허가의 금지명령을 하(下)하였다는 것을 듣고, 유감이 불소(不少)하도다.
노동자가 경제적 해방을 주장하며 인격적 가치를 절규하는 제목에 우리 사회에는 ‘어린이날’을 겸하였으니 특필대서하여 인격의 고귀와 인성의 존중을 제창하고자 하노라. 무한대로 창달할 수 있는 인간의 천품은 선량한 사회적 결합을 절대조건으로 하나니 오인에게 천연히 구비된 사회성이 선미(善美)한 사회적 연결로 인하여 비로소 확장 충실을 기망(企望)할 수 있을 것이다. 인격의 구속을 철폐하여 인성의 발양(發養)을 조성하는 사회에 비로소 인간의 선미와 진실을 가득(可得)할 것이다.
억압의 중량이 거대하고 고루한 폐습이 잔존한 조선사회가 경신함에는 유언무언리에 비상한 곤란과 장해가 중첩하여 있다. 연이나 오인은 용진(勇進)에 주저하지 아니하노니 인격의 해방! 자유평등의 실현! 이것이 세계인심의 합치점이요 공통 연결한 유대인 이상에 소수자의 발호(跋扈)로 무위한 공상에 귀(歸)하지 아니할 줄 믿는 까닭이다. 오인은 ‘메이데이’와 ‘어린이날’을 당하여 세계 인심의 귀취(歸趣)를 명찰하며 모든 인간의 천성 발로를 간파하고 인격의 해방, 인격의 존엄을 고창(高唱)하여 생활질곡의 탈퇴를 일언하노라.